강석승 박사
서울교대 겸임교수
본지 편집위원장
seokseung333@hanmail.net


찌는듯한 무더위속에서도 금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긴 장마 때문에 한반도 전역에서는 많은 인명
피해와 도로나 교량의 파손, 농지유실과 건물손괴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였다.
특히 북한에서는 올해에도 예외 없이 갑자기 쏟아진 폭우와 큰물로 인해 매우 큰 인명과 재산피해
가 발생하여 내외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반도’라는 조그만 땅에서 거의 비슷한 양의장마비가 내렸는데, 우리나라는 별다른 피해를 받
지 않았으나 유독 북한에서만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에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여론이 들끓
고 있다.
장맛비가 한반도 전역에 쏟아진 지난 7월 하순북한의 유일한 관영통신인 조선중앙통신(KCNA)
에서는“여러 지방에서 홍수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히면서“지난 17일 오후부터 20일 오후
사이에 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되었다”고 보도하였다.
또한“주택 6,000채가 파손되거나 침수되어3,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고 보도하면서
“평안북도와 항해북도 등지에서는 수백 정보의논과 밭이 침수되거나 매몰되었고, 평안남도 양덕
군에서는 6km 정도의 도로가 파괴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지난 12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친 집중호우로 7명이 숨지거나
실종되었고 주택 300여채가 파괴 또는 침수되었으며, 함경남도와 황해북도, 강원도 등지에서는 농경
지 2천 5백여정보가 물에 잠겼다”고 보도하였다.

이로써 북한 전역에서 발생한 이번 장마로 인한인명피해는 모두 24명에 이르렀으며, 평안남도 안
주시의 경우는 청천강의 범람으로 인해 80% 정도가 물에 잠겼다.

이에 따라 북한정부는 국제사회에 긴급지원을요청하기에 이르렀고, 미국의 비정부기구인‘그
리스도인 벗들’이라는 단체에서는“북한의 수해가다른 어느 해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황
해북도를 중심으로 수해복구사업과 함께 정수기,의약품, 식량 등을 긴급하게 지원할 계획임”을 밝
히고 있다.
문제는 위도(緯度)나 경도상 별차이가 없는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 거의 비슷한 규모의 장맛비가내렸는데, 왜 유독 북한이 훨씬 큰 피해를 입었느냐 하는 점에 있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김일성이 사망한 시점을 전후하여“100년만에 큰비가 오는 자연재해
를 입었다”면서 이른바‘고난의 행군’을 들먹였다.

그리고 이 때부터 거의 해마다“큰물이니 폭우니, 해일이나 가뭄”등 자연재해를 핑계로 대면서
국제사회에 긴급지원이나 원조를 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국제사회에 구걸을 요청하는 걸인(乞人)의 행각처럼, 자기 스스로 자연
재해를 극복하고 헤쳐 나갈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거지처럼 행세함으로써 우리민족의 체면과위신을 스스로 저버리는 철면피한 행태를 내보인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자기 국가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핑계로 하여 국제사회에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
도 창피한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북한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
고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예로부터“빌어먹는 습성이 몸에 밴 거지는 자기 스스로가 열심히 일하여 식량을 구할 생각은 하
지 않고 그저 편하게 남에게 기대는 습성을 가지고있다”고 한다.
지금 북한당국의 입장이나 태도가 이와 비슷하다.

말이나 구호로는‘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이니‘자력갱생’이니 하면서도 실제 북한당국은 인민
들이 무엇 때문에,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려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그저 팔
짱을 끼고 쳐다보고만 있다.

또한 주민들이 큰물로 인해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당이나 국가차원에서의 대책마련에는
관심이 없이 그저“임시로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말처럼 보여주기 식의 임기응변식 단기대책 마련
에만 급급하고 있다.
즉, 장마가 올 것에 대비하여 상하수도를 정비하고, 산에 나무를 많이 심어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
도록 하거나 제방공사를 철저히 하며, 큰 저수지나댐의 방수량을 조절하려는 홍수방제대책조차 제대
로 세우지 않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최첨단 레이더나 슈퍼컴퓨터 등 기상장비를 전국 곳곳에 설치하여 수시로 각급 매체를 통한 일기예보를 전달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노력도 제대로 하고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사후 약방문”이라는 말처럼 미리 장마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맛비가 쏟아진
후에 그것을 복구하는“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거의 해마다 예외 없이 반
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북한당국은 인민들의 실생활에 직결된장마대책과 같은 민생문제는 도외시한 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김씨일가’의 우상화를 위한 정치체제선전물 건립이나 이들 일가의 초호화생활에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반인민적 정권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피해는 북한당국의 주장처럼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이아니라 정권자체의 무능력이나 무대책에서 비롯되
는 인재에 다름 아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국제사회에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양의 탈을 쓴 이리’처럼 인민들을 속이고 기만하기 위한 오그랑수에 불과하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정권이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을 핑계로 하면서 그들이
응당 보살피고 돌보아야 할 인민들의 생활을 애써외면하면서 김가일족의 정권연장을 위해 국제사회
에서 지원되는 물자를 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이들 김가정권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정권의 국제적 이미지와 주민들로부터의 불평불만
을 은폐하고 불식시키기 위해 선군정치를 표방하면서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진력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만의 하나 있을 지도 모를 주민들의 정권에 대한 반대운동이나 시위, 소요사태를 극도로
의식하는 가운데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통해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있지도 않는, 미제로부터의 핵공격위협이나 남한으로부터 북침전쟁 가능성을 운
운하면서 인민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고 있으니, 이런 정권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정권이 내세우는“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라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집단주의원칙은 외형으로만 그럴 듯한 구호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극소수의 김정은과 그 두리에 있는 특권계층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것도 모자라 북한정권은 인민들의 어렵고 고달픈 실생활은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온갖 특
권과 혜택을 독차지하면서 한 줌도 못되는 자기들끼리만의 초호화생활을 위해 2천 4백만 주민의 피
와 땀을 착취하고 있다.

이런 북한정권의 주민들의 생활에는 아무런 배려나 관심이 없는 반인민적인 속성, 그리고 장마피
해를 핑계로 대면서 국제사회에서 해마다 벌이는,비굴하기 짝이 없는 거지행각은 정권의 여명이 얼
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인민들의 실생활 개선이나 향상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않으면서 벌써 수년째“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빛바랜 구호는 날이 갈수록 인민들로부터 눈덩이가 굴러가듯이 점점 더 큰
정권에 대한 불신과 비판을 불러 일으켜 멀지 않아그 비참한 종말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런 조짐은 이번 장맛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이재민과 그 일가 친척들, 그리고 이를 팔
짱을 끼고 쳐다보는 이웃주민들의 마음속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 퍼지는 가운데 북한정권의 무능함
과 무책임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하나둘 가시화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김정은정권에 대한 불평과 불만, 불신으로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가운데 정권의 존망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