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테러’ 우리도 안전지대 아니다
대테러 전략 확립·법적 장치 절실, 통합관리
센터 창설 시급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지난 4월 15일(현지 시간) 일어난 폭발물 테러가 만일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크고 작은 테러에 사실상 노출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그나마 군·경 치안이 안정돼 테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한국은 북한의 도발과 침투, 테러에 항상 노출돼 있어 대테러 전략 확립과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
이에 더해 단일민족 국가로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국내 반감, 국제 평화유지활동과 기여에 따른 일부 현지 국가의 적대세력 테러까지 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테러 통합 관리와 센터 창설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국가주도 형태의 북한 테러위협이다. 현실적으로 한반도가 안고 있는 테러에 대한 냉혹한 현실이다. 북한은 하늘과 땅, 바다를 가리지 않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급상승 할 때와 북한체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남 테러를 자행해 왔다.
국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상 가능한 테러 형태로는 요인암살, 항공기·화생방테러, 주요시설 폭파, 첨단 하이테크 테러, 사이버 테러를 예상할 수 있다. 현실화되고 있는 사이버테러는 배후세력이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증거 인멸이 쉽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피해 효과를 내기 때문에 자주 자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 굵직 굵직한 국제행사를 테러없이 성공적으로 치렀다. 전 세계는 한국의 대테러 능력을 극찬하며 사실 배우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한해 평균 100개국에 가까운 나라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200개국에 육박하는 나라가 테러를 겪었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은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포괄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9·11 테러 이후 정부가 마련하고자 했던 대테러방지법을 하루 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테러대응은 특정부처나 기관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의 문제다. 지금 우리 정부는 테러 공격 유형에 따라 특정 부처가 대응책임을 지는 구조로 돼 있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무력테러는 안전행정부(경찰청), 해외에서 발생하는 테러는 외교부, 군 관련 테러는 국방부가 주무 부서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 테러가 일어나면 모든 유관 부처와 기관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총력 대응을 해야만 한다.
최 소장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테러대응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면서 “ ‘두뇌’가 없는 ‘몸통’ 구조로 대테러 활동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대테러센터를 창설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테러대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칭 테러대응통합관리시스템(TRIMS·Terrorism Response Integrated Management System)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대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테러가 일어난 후 테러범을 잡아 단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테러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북한의 테러와 사회혐오형 자생테러도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이 절실하다”고 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중동아프리카학과)는 “이번처럼 ‘얼굴없는 테러’는 다양한 주체가 불특정 대상을 노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국가차원의 대테러 대응체제도 필요하지만 각 개인이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신고정신을 투철히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 테러 양상
어떻게 변하고 있나

개인·소규모, 테러 용이성, 종교적 반감 적극 활용
‘외로운 늑대형’‘디지털 테러리즘’
완전 차단 사실상 불가능 

미국이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보이지 않는 전쟁’, ‘얼굴없는 전쟁’인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테러의 위협과 공포는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15일(현지 시간)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 테러에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연방 상원의원에게 독극물 우편물까지 배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스턴 테러처럼 테러 양상이 개인·소규모 집단화, 테러 준비·실행의 용이성, 다문화사회 내 종교적 반감의 적극 활용이라는 3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먼저 느슨한 개념에 기초한 산발적 공격 양상이다. 위로부터의 조직적 연계나 간접적이라도 지시를 받는 세포 조직화보다는 큰 이념의 틀에서 국지적 혹은 개인적 조직이 자생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스턴 폭탄 테러와 함께 2011년 베링 노르웨이의 브레이빅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불특정 다수에 대해 무참히 테러를 자행했다.
특정 이념에 영향을 받은 개인이 불특정 목표에 대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결국 테러의 완전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테러의 개인화 배경에는 준비·실행의 용이성이 있다는 것이다. 폭탄 테러의 역사를 조명한 ‘부다의 폭탄마차’(Buda’s Wagon) 저자 마이크 데이비스(Mike Davis)는 폭탄 공격은 이제 전 세계 어느 도시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을 수 있는 ‘일상적인 대량살상무기’가 됐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 문제는 인터넷의 확산으로 보다 정밀한 폭탄제조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21세기는 이른바 ‘디지털 테러리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테러 교본에 따라 소규모테러 단체 혹은 개인 테러범이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대원을 모집하고 이념을 전파하기도 한다. 사이트에서 자료를 내려 받으면 각종 무기조작법과 사제 폭탄 제조법도 손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보스턴 폭탄 테러에 사용된 ‘압력솥 폭탄’도 인터넷만 열면 쉽게 제조방법을 알 수 있다. 
아울러 21세기 테러범이 단순히 이슬람 과격 세력일 것이라는 추측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점차 테러의 주체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노르웨이 테러는 이슬람이 아닌 다른 종교의 극단주의자들이 다문화사회의 맹점을 명분으로 잔혹한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 목표도 과거의 정부기관·군부대 등에서 벗어나‘연성목표물’(soft target)로 확대되고 있다. 민간인·다중시설·문화시설 등이 지금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민간인을 목표로 하는 경우 사회 일부 불만세력의 목표가 될 수 있는 약자, 즉 외국인 이민자들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대학원·중동아프리카학과)는 “이번 보스턴 테러처럼 테러를 감행하고도 자신들이 했다고 주장하는 단체들이 나타나지 않는 전형적인 ‘얼굴없는 테러’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한국도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며 외국인 혐오증, 이슬람 공포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면서 “북한과 이슬람권으로부터 잠입한 테러세력에 의한 위협이 점차 고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사회 불만자의 개인적 테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테러의 대명사’ 오사마 빈라덴 제거 이후 ‘정의’를 실천했고 ‘세계는 안전해졌다’라고 환호했다. 하지만 빈라덴이 미군에 사살된 이후 미국 국토안보부는 보복테러 가능성을 제기하며 ‘론 울프’(Lone-wolf,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의 위험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어떤 테러조직에도 소속되지 않고 어느 순간에 보안이 허술한 대상을 타깃으로 단독 테러를 자행하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은 “ ‘외로운 늑대들’은 2001년 9·11테러처럼 치밀한 준비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수는 없지만 범행 시점까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 더 위협적”이라면서 “테러 조직의 지도자 한 명인 빈라덴이 제거됐다고 테러범들이 모두 ‘은퇴’ 한 것은 아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테러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