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현재 국군방송 라디오 작가

어린이들 세계에서는 또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몸이 아픈 약자를 경기와 놀이에 끼워주기 위한 ‘깍두기’라는 배려의문화가 있다. 이에 국방, 군사,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 비전문가인 필자가 일종의 ‘깍두기’ 신분으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소견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피력해 보려 한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이 선발투수 기용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 자주 쓰는 말들이 있다.
“그는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도 자주 듣고, 미국 소설에서도 종종 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국내 프로야구 감독들은 선발 투수 기용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 “몸상태가 좋으니까 잘 던질 것이다”라거나“상대팀에 강한 선수니까 잘 던지지 않겠느냐?”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다보니 “준비가 되어 있다”느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느니 같은 대화의 표현법이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로 들려서 처음에는 무척어색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군대로 평가받는 로 마군단과 몽골제국군, 대영제국군, 나치 독일군, 소련의 붉은 군대, 그리고 현재의 미국군대는 소속 군인들이 전투를 할 준비가 되어있고, 교전 중에는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군의 병사들은 어떨까.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생각으로전역할 날만 기다리는 병사들이 많을까. 아니면 국가와 국민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고, 적이 도발했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알고 있는 병사들이 많을까.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2위는 군인이고, 1위는 민간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있다. 그만큼 군인에게 매력을 느끼고, 호감을 갖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군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 우리 군의 병사들은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국가와 국민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도록 정신무장을 할 것이다. 그리고 군 생활 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게 될 테고.그렇게 될 경우, 병영문화혁신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로선수들은 개인 성적이 자신의 미래와직결되기 때문에 경기에서 이길 준비가 되어 있고, 경기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에는 군복무가 자신의 미래와 단절돼 있다고 생각하는 병사들이 많다.

장교와 부사관에게는 ‘진급’이 최고의 선물이고, 병사들에게는 ‘휴가’가 최고의 선물이다. 만약, 병사들에게도 능력에 따라 ‘진급’할 수 있고, 조기에 ‘전역’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긴다면 어떨까. 그럼, 병사들이 군 복무를 더 적극적이고, 알차게 하지 않을까.

몇 년 전부터 ‘Take out’ 붐이 일더니 이제는 커피뿐만 아니라, 빙수와 닭 강정, 김밥,떡볶이, 순대까지 ‘Take out’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군의 병사들이 군 복무를 적극적이고, 알차게 하며 전역할 때는 자대에서 열정과 자부심을 ‘Take out’해 갈 수 있게 해야한다. 그렇게 군문을 떠나 사회로 나간 예비역들이 열정을 갖고 일할 때, 우리 군과 군인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다.이제 미국인들의 “그는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라는문어체 같은 표현법이 얼마나 의미 있는 말인지 알게 되었다. 요즘은 종종 내 자신의 미래를 위해 ‘나는 준비가 되어 있고, 무엇을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가?’라고 자문을 해본다.

혼자라도 외롭게 느껴지지 않는 가을이다. 이 가을에 나도 그윽한 향이 가득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Take out’해서 열정과자부심도 ‘Take out’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며 월동준비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