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25전쟁 고아와 소대장의 휴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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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호 : 한국시사문제연구소장, 예비역 해병대령

● 백성학과 최극의 극적인 만남
 6.25전쟁중 육군제110포대 제2소대장이었던 최극 소위가 부대 근처 홍천강가에 배고파 쓸어져있는 한 고아를 우연히 발견하여 부대에 다리고 온 소대원(김종만)의 건의를 수용, 그를 소대 내에서 침식을 함께 하면서 한 식구처럼 지내도록 했다. 이 아이는 이름이 백성학인데, 원산에서 남행 배를 잘 못타고 삼척에 내렸으나, 오갈 데가 없어 굶주리면서 거지생활을 하다, 무조건 고향에 되돌아가려고 북쪽으로 향해 경주, 원주 경유 홍천까지 걸어올라 갔으나, 군주둔지에 막혀 기진맥진 상태로 물가에 쓸어져 있었는데, 홍천강에 빨래하러 나온 인근부대의 김종만 일병에게 발견된 것이다. 아주 영리한 이 아이는 소대원들과 같이 생활하면서도 인접한 미해병부대에 놀러가서 얻어온 시레이션과 초코렛을 소대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며, 피란가고 없는 민가에 내려가서 식량과 부식을 구해 오기도 하고, 문자를 해독 못하는 대원들의 편지를 읽어주고 쓰 주는 등 소대에서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한미해병대와 함께 펀치보울, 가칠봉 전투 등에서 사투를 벌리면서 화력지원을 담당해온 제110포대가  동고동락하던 이 아이와 이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952년 1월 제110포대가 미 해병대로부터 배속 해제되어  한국육군 제8사단에 배속되어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에 투입되었다, 3개월간의 작전이 끝나자 제110포가 육군보병사단으로 인계되고 대신 제96포대(105미리 야포)로 신편되어 양구 부근에 위치하게 되었는데, 최극 소대장이 공비토벌 작전 중 부상으로 후송되었다 복귀 후 유군 제7사단 포병으로 전출되고, 특히 나이가 설흔이 넘은 북한 출신으로 자기를 자식처럼 보살펴 주던 김일병 마저 신편 포대의 포차에 깔려 중상을 입고서 후송됨으로서 아무도 그를 아껴 줄 사람이 없게 되었으니, 만난 지 11개월 만에 백성학은 눈물을 머금고 정든 포대와 이별을 고해야 만 했다.
 부침성이 좋은 이 아이는 그 후 인근 주둔 부대인 미 육군 제300야포대대에 근무하던 고아로 자란 데빗 비티(David Beatti)와 우연히 알게 되어, 그의 호의로 포대의 쑈리(sorty)로 들어가 1952년 5월부터 침식을 함께 하게 되었다. 하루는 적의 포격으로 유류고가 폭발하는 바람에 이 아이가 전신화상을 입게 되었다. 비티는 속초 야전병원으로 긴급 후송하여 19개월간 극진한 치료를 받아 휴전후인 1955년 2월에 흉터하나 없는 깨끗한 몸으로 퇴원할 수 있게 해준 진짜 생명의 은인이었다.
 세월은 흘러 이 아이와 맨 처음 만나 동고동락했던 당시 소대장 최극(대위 예편)씨는 신문광고를 통하여 35년만인 1986년 6월 25일 극적으로 그를 재회하게 되었다. 이 전쟁고아가 전쟁이 끝난 다음 자수성가 하여 세계 모자 왕으로서 ”영안모자“란 상표의 세계최대 최고 품질 모자제조기업체의 사장으로 대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자기가 전쟁고아 때 겪은 고통과 은혜에 보답하고자 전쟁 중 주둔부대가 위치했던 강원도 홍천 땅을 제2의 고향으로 알고 6만여 평에다 “홍천 백학마을”이란 재단과 기업을 설립건설하고, 중국과 스리랑카, 코스타리카, 베트남 그리고 에티오피아 등 해외에도 불우고아를 돕기 위한 한국형 “백학마을”을 설립 지원하면서, 수많은 공익사업으로 국내외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자선 사업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현재 70중반의 고령임에도 모자 사업체는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엔 “재단법인 백학재단” 밑에 대우버스, 크라크 지게차, 영안 전자, OBS경인TV, 학교법인 숭의학원, 의료기관 및 종교단체 등 중견기업체와 공익단체 다수를 자기 아들 3형제와 더불어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인생 드라마에 큰 감동을 받은 최극 당시 소대장은 생존해 있는 전우들과 함께 그를 만 난 다음해인 1987년 6월 25일, 홍천 백학마을 경내에 “육군제110포대 충의비”를 세웠던 것이다. 최극 회원의 주선으로 2012년의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 상록펜크럽 회원 일동(최극, 김동호, 최갑석, 이정환, 전경애, 정동한, 이선호)이 이곳 충의비를 참배하게 되었다. 동참한 노병들 모두가 기념비 앞에서 “전우야 잘 자거라”란 향수어린 군가를 3절까지 힘차게 합창 할 때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백학마을 사무실에 들려 브리핑을 청취하고서 이 마을 설립자의 고귀한 뜻을 되 색이면서 백학재단의 수출기업인 휴대폰 조립공장을 견학하고 양로원과 교회를 방문하여 노인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서 일행 중 하모니카 연주자가 할머니들에게 찬송가를 불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하에서 백성학과 최극의 휴먼 드라마를 중심으로 감동 스토리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우리 일행의 방문 당일 백성학 회장은 “재단법인 백학재단”의 소재지인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에서의 바쁜 일정관계로 최극 회원과의 화상대화를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하였다. 귀로의 전철 속에서 청춘을 바쳐 공산주의자와 싸운 우리 고령의 참전 전우들을 능멸하는 적색분자들의 작금의 난동과 국회 입성으로 해방직후 혼란기를 무색케 하는 정국의 난맥상과 불안정성을 조장한 책임이 당국에 있음을 성토하면서 공분과 인식을 공유하고서 호국보훈의 결의를 가일층 다짐하였다 ! 

● 모자 왕/나눔 왕으로 변신한 전쟁고아
 “너는 지금 남을 도울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않았느냐? 네 생명도 하나님께서 거두어 가시려고 한다면, 아침이슬처럼 사라져 버릴 수 있음을 체험했을 것이다.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남을 돕는 일을 하라”
 백성학(白聖鶴) 회장의 귀한 생활신조 메시지이다. 그는 1950년 12월 7일 , 중공군의 참전 남진으로 유엔군이 혹한에 후퇴 중이던 당시 크스마스 전후의 흥남철수작전에 앞서 원산 갈마항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총칼을 피하여 남으로 피난하려는 다수의 기독교인들을 부두에서 배웅하던 중 딛고 있던 부교 발판이 빠지는 바람에 익사하지 않으려고 배에 올라타게 됨으로서 가족(생존하신 어머니와 조부모)을 남겨 둔 체 본의 아니게 단신으로 탈북 하여 고아신세가 되었다. 삼척에 상륙한 혈혈단신의 굶주리던 이 천애고아가 거지생활을 하면서 구두 닦기 통을 메고서 무조건 북으로 걸어 올라가면 고향 원산으로 갈수 있을 것으로 믿고 주야로 강행군하여 홍천까지지 당도했으나 기진맥진하여 물가에서 썰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제110포대 제2소대장의 보호를 받아 기사회생한 이 아이는 군복 입은 꼬마 병정으로 소대 병사들과 똑같은 군대생활을 하면서 근 1년간 정이 들었고 때로는 소대장의 지뢰폭발 위험을 지기로 면하게 해주고, 적의 출현을 탐지 보고하는 수색정찰대원의 역할 등 대적활동에 익숙해 졌으나, 결국 이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두 번째 인연으로 만난 비티란 미육군 병사가 그의 생명의 은인이 된 것이다. 그는 미육군 제300포병대대의 병사로서 필라델피아주 출신인 David Beattie였다. 그런데 백성학이 이 부대 쑈리로 있게 된지 1년도 못되어, 당시 미제8군 사령관인 베프리트 장군의 특명으로 15세 미만의 모든 한국 고아들을 고아원으로 보내도록 행정조치기 취해짐으로서 백성학도 서울의 한 고아원으로 보내어 졌다.
 그러나 그는 정든 비티와 미군부대를 잊지 못하여 얼마 있지 않아 고원을 이탈하여 홍천의 비티에게 다시 찾아 왔는데, 자신이 고아 출신인지라 그 심정을 잘 아는 비티는 규정을 위반하면서도 끝까지 이 고아를 돌봐 주었다. 그 해 크리스마스엔 미국으로부터 부쳐온 겨울용 옷가지들을 백성학에게 선물로 전달하고 위로 격려하였다. 그런데 1953년 6월 휴전 직전에 당한 백성학의 불행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전신화상으로 18시간이나 혼수상태에 빠졌고, 온몸에 붕대를 감고서 1년 이상 병원 신세를 질 정도였다. 비티가 현역군인들과 똑같은 치료를 받도록 입원 수속을 해주고 극진한 보살핌으로 완전 회복될 무렵, 퇴원 직전에 미국으로 돌아가 제대 후 청소부와 아파트 관리인 등 저임금의 어려운 일을 하면서 늘 한국에 두고 온 전쟁고아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암으로 2010년 5월 1일 79세에 일생을 마감하였는데, 백성학 회장은 그의 영결식에 참석하여 깊은 애도를 표 하였다. 이 당시 미국의 신문들이 “한미동맹의 아이콘-icon-이라고 대서특필할 정도였다. 그런데 최극 소대장은 참석했지만, 비티는 거소가 확인 안 되어 백학마을 준공식(1986.9.9.)에는 초대되지 못하였다. 그 후 백성학이 기업인으로 성공 한 다음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생명의 은인인 David Beatti를 37년 만에 미국에 가서 재회했을 때, 조그마한 아파트 관리인으로 어렵게 지내고 있던 그를 물질적으로 도와주려고 제의했으나, 그는 ”너를 만난 것만도 내겐 크나큰 선물이다. 대신 이웃의 어려운 사람들을 더 많이 도와줘라“고 하는 정중한 거절에 감동을 받았다. 그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자선사업에 들어가 ”부는 나누는 것이다. 내 수익의 3분지1은 사회에 환원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어 이를 지금까지 무위실천하고 있다. 비티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백성학은 비티에게 자녀들 대학 등록금 전액을 송금하였다. 백성학이 미국 요로에 의뢰하여 탐문한 David Beatti를 그렇게도 오랫동안 찾지 못한 이유는 그의 정확한 이름을 몰랐던 까닭이다. 영어로는 보통 T자를 L자로 발음하기 때문에 빌리로 늘 불렀던 그의 이름 스펠이 Billy가 아니고 Beatti였음이 마지막에서야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백성학의 주력 기업인 영안모자는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모자 생산업체이며, 그는 대우버스와 OBS 경인TV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1959년 2월 5일 서울특별시 중구 청계천 4가에서 모자 70개로 출발한 영안모자는 현재 연간 모자 생산량 세계 1위이며 그로 인해 한국은 모자 점유율 세계 1위 국가가 되었다.
 전항에서 언급했지만 6.25 전쟁 당시 원산에 살고 있던 백성학은 주일학교 선생의 심부름으로 갈마만에 갔다가 피난민 대열에 떠밀려 남하하는 배를 타게 되었고 12살 때 전쟁고아가 되었다. 그 때부터 백성학은 미군부대 하우스보이, 식당 종업원, 병원 청소부, 구두닦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였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다가 우연히 모자 공장 공원으로서의 자리를 얻게 되었고, 하루 18시간 이상 온갖 궂을 일을 해가며 모자 제조 기술과 점포 및 공장 관리를 배우게 되었다. 3년 뒤인 1959년 2월 5일, 19세의 백성학은 18만환의 자금으로 청계천 4가 개천가에 노점 형태의 모자 점을 차리고 자립 하였다.
 1960년 당시 모자업계는 여름 한 철 몇 종류의 모자만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지만 영안모자는 미국 내 백화점 카달로그를 입수 하여 일 년 내 내 제품 개발에 열중 하였고 당시 방한한 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은 국내 모자시장에 뜻하지 않은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아이젠하워와 수행원들의 복장이 일반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를 계기로 챙이 작고 색상이 다양한 파나마 모자가 크게 유행 하게 되면서 영안모자의 제품은 빠르게 팔려 나갔다. 그 뒤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면서 국내 경기가 위축 되었고 모자업계도 불황을 맞았다.
 그러나 백성학은 전국을 돌며 폐업한 모자 점의 재고품을 사들이는 한 편, 천 등을 구입 하여 새로운 모델의 고급 제품 생산에 들어갔고, 때마침 내려진 수입금지 조치와 수많은 모자점의 폐업으로 시중에 모자가 동결 되자 영안모자의 모자는 물건이 동이 나면서 다시 호황을 맞았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이 영안모자의 고품질을 극찬하여 KOTRA에 수출 지시를 함으로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영안모자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전국에 대리점 형태의 판매망이 형성 되었고 영안모자는 모자 생산업체로 거듭 성장 하였다. 1964년 가을 영안모자는 자사의 이미지 제고와 판매 확산을 위해 국내 의상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대중광고를 단행 하였으며, 의상광고로는 우리 나라에서 최초의 시도였다. 혼란스러운 시대임에도 유행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신제품 개발로 불황을 극복 하면서 영안모자는 본 괘도에 올랐다.
 미국으로부터의 주문이 많아지면서 1967년 제1공장 설립에 이어 1970년 초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제2공장을 지었다. 이 때 백성학은 미국 전 지역에 있는 백화점을 돌며 직접 주문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영안모자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그 해 영안모자는 수출고 15만9000달러를 달성 하였다.
 1971년 11월에 강서구 화곡동에 제3공장을 준공 하면서 국내 판매를 중단 하고 수출에만 전념하게 된다. 그 무렵 백성학은 '영안(Young An)'이라는 고유상표를 개발, 수입업자들의 상표 대신 모든 제품에 영안 고유의 상표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영안 상표를 부착한 영안모자는 1975년에 이르러 약 15개국에 수출 하게 된다.
 1976년 11월에 제4공장을 준공 하였고 1977년 9월에 제5공장 준공 및 제지 텍스공장, 플라스틱공장, 판지공장, 원단가공공장 등 계열 공장을 늘려 나가면서 모자산업은 확산일로를 걷게 된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영안모자는 1978년 12월 수출고 1,000만달러를 넘었고 종업원도 1,500여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는 대부분 국내 공장이 국외로 이전하여 전 세계 18곳에 영안 모자 공장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모자 값은 천차만별이지만 싼 것은 1달러짜리도 있어요. 그걸 팔아서 돈을 벌었는데, 이제 와서 그때의 초심을 잃으면 되겠습니까." 이것이 그의 상도의심이다. 모자 제조에 한 우물을 판 영안모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영안모자는 세계 시장의 약 35%를 점유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의 모자라도 제조원은 어김없이 영안'(YoungAn)인 경우가 많다. 영안모자는 지난해 세계 44개 법인에서 연매출 2조원(약 16억5000만달러)을 올렸다. 이 같은 성공에는 백 회장의 '1달러 정신'이 있다. 1달러 정신의 핵심은 검소함과 자기관리다. 백 회장은 사회봉사에 적극적이어서 수많은 행사에 참석하는데 언제나 같은 옷에 같은 넥타이를 맨다. 백 회장은 고령임에도 비행기 좌석은 이코노미석만 고집하고 가방과 지갑은 언제부터 들고 다닌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낡았다. 백 회장은 "모자를 만들면서 배운 것은 검소하고 근면해야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영안모자의 사훈은 50년째 '정리정돈'이다. 혁신, 창의 등 요즘 인기 있는 사훈에 비춰 고루해보이기까지 하지만 이것 역시 검소함과 치열한 자기관리를 강조하는 1달러 정신과 같은 맥락이다. 백 회장은 "몸과 마음, 정신이 모두 정리정돈 돼있어야 일의 능률이 오르고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미 있는 사훈은 전쟁고아시절의 병영생활에서 체득한 인생철학일 것이다.
 세계의 언론들은 이렇게 모자에 한 우물을 판 그를 '모자 왕(hat king)'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모자에만 머물지 않았다. 백 회장의 사업다각화는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영안모자는 70년대부터 글로벌화를 시작해 세계 각지에 모자 공장을 세웠다. 1995년 코스타리카 정부는 경영이 탄탄하고 사회공헌에도 열심인 영안모자에 '마우코벤츠'라는 버스회사 인수를 타진했다. 백 회장은 검토 끝에 "제조업 원리는 모자나 버스나 비슷하지 않느냐"며 인수를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대우버스와 미국 지게차회사 클라크도 인수했다. 백 회장은 앞으로 기업을 더 M&A할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가장 중요한 건 회사의 모태인 모자사업"이라며 추가 인수합병(M&A)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중소기업의 성공비결로 △5~10년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울 것 △작지만 오래 가는 나만의 아이템에 매진할 것 △국내에 얽매이지 말고 60억 세계인을 상대로 넓은 시야를 가질 것 등을 제시했다. 백 회장은 "영안모자 50주년의 의미가 소상인이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안모자는 부천 본사에서 50주년 행사를 열고 기업역사와 모자관련 자료를 모아놓은 역사관을 개관했다.
 백회장은 모자 사업은 물론 나눔 사업에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국내외에 6개 백학마을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항일운동단체와 보훈단체에 거액의 성금과 기부금을 정기 부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장애인과 소외계층에 대한 구호 및 지원과 의료봉사 및 의료기관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공익자선단체와 협회, 각급 교육기관과 교육단체에 대한 장학금 지원, 종교기관과 종교단체에 대한 헌금 및 지원에 인색하지 않은 나눔과 봉사를 솔선수범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1940년생인 백성학 회장은 원산의 인민학교 3년 중퇴 학력이지만 착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성실과 역량을 인정받아 이화여대 출신의 부인을 맞아 3남 1녀를 모두 훌륭하게 길러 명문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서 아버지의 사업을 분담 운영케 하고 있는 모범적인 가족기업이고 건전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1995년 7월 25일 미국에서 6.25참전 기념비 제막식에 초청된 비티와 백성학의 극적인 만남을 “성공한 한국기업가와 평범한 미국인 청소부”란 제하에 소개되고, 두분의 만남과 이별을 기념동판에 각인해 놓고 있음이 알려지자, 1991년 3월 NBC-TV의 2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황금시간대에 방영되어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음은, 이에 앞선 1986년 6월호의 리더스 다이제스트지에 비티를 찾는 광고가 다음과 같이 대서특필되어 나감으로서 세계각국어로 500만부나 팔린 효과일 것이다.
“Korean ‘Hat King’ Seeks American Veteran Who Saved His Life” 최극(崔極)의 육군 제110포대 충의비(忠義碑) 설치
 육군 제110포대는 한국군 최초의 4.2인치 박격포중대로서 육군본부 직할부대이면서 미해병대 제1사단에 작전배속되어 한국전쟁 초기에 105미리 곡사포 못지않은 화력을 발휘하였다. 구경을 따진다면 107미리로서 오히려 105미리보다 대구경이지만, 포병이 아닌 보병이 운용하는 전술사거리 3,000KM 내외의 근접지원화기이다. 그 당시에 제110포대는 3개 소대로 분할 운용되었는데, 미해병대와 한국해병대를 직접 또는 일반 지원토록 되어 있었다. 그러니 각 소대장이 독립된 사격진지를 점령하고 소대의 전술적 및 행정적 운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투 중에도 고아를 다리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소대장으로서 평시엔 잡다한 심부름도 시키고 작전 시엔 전령이나 호위병 임무는 물론 평시엔 위생병과 취사병 심지어 이발병 역할까지 맡아 소대의 한식구로서 못하는 일없이 중요한 몫을 잘 감당해냈기 때문에 근 1년간이나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전우중의 전우였으니, 해어진다는 것은 너무도 괴로운 일이었다.
 최극 당시 소대장은 백성학과 해어지면서 서울 자기 친척집에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그 아이는 야전생활이 좋다고 거절했으며, 그 후 다시 미군부대에 있게 되었으나, 상급사령부의 지시로 다리고 있던 애들을 모두 서울의 고아원에 보냈는데도, 이들이 몰래 빠져 나와 전쟁 중인 미군 야전부대에 다시 잠입하여 기거하여도 이를 현지부대장이 묵인 할 정도로 인지상정과 믿음이 끈끈했던 것이다.
 백성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우스보이나 쑈리로 불리운 이들은 임금을 받는 것도 아니면서 미군병사들의 내무반 청소와 정리 정돈은 물론 온갖 궂은 심부름을 도 밭아 하면서 영어도 배우고 미국문화도 익힘으로서 의식주와 교육문제까지 해결하게 되는바, 갈 곳 없는 고아들로서는 안성맞춤의 잠정적 안식처였던 것이다. 백성학 회장도 별도로 영어공부를 정규학교에서 받지 않았지만, 두뇌가 명석하고 열성이 있어 이 시절에 배운 하우스보이영어가 바탕이 되어 오늘날 거대한 기업인으로서 전 세계를 누비면서 유창한 영어로 세일활동을 하고 외교적 스피치까지도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극 당시 소대장은 1986년에 백학마을 준공식에 초대되어 36년 만에 전쟁 시 다리고 있던 꼬마병정이 장성하여 대기업의 사주가 된 데 대한 감개무량함을 절감하면서, 그 곳에다 제110포대의 충의비를 세워야 하겠다는 결의를 굳히게 된 것이다. 그는 이렇게 그 당시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나는 백학 마을 준공식에 다녀온 후 옛날 생사고락을 같이 하던 소대원, 그리고 고귀한 생명을 조국에 바친 우리 병사들을 잊고 있었다는 죄책감으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백성학 회장에게 부탁하여 백학마을 내에 부지를 제공 받고, 대부분의 경비를 자부담으로 하여 당시 소대원 중 생존한 대원들 12명의 이름을 새긴 충의비를 그 다음해 까지 세우기로 확정하고서, 비석은 그의 고향 영동에서 가져 오기로 하고, 명필 청암의 필체로 글을 새겨 넣기로 했다고 한다. 설치 장소는 백학마을 입구 오른쪽 고지 명단자리를 택하였으며, 해마다 호국보훈의 달에 전우들이 이곳에 와서 위령제를 지내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금년엔 상록 펜크럽 회원 일동이 최극 회원의 요청에 따라 여기로 온 것이다.
 이리하여 드디어 1987년 6월 25일, 생존한 전우 15명과 50여명의 가족이 현지부대인 육군 사단에서 보낸 의장대의 진혼 나팔소리에 맞춰 엄숙한 충의비 제막식을 거행한 것이다. 비석의 전면엔 충의비의 뜻이 새겨져 있고, 뒷면엔 제10포대의 전투상보가 나와 있다.
 최극(현재 외교국방연구소 이사) 전 소대장은 6.25전쟁 발발 시 대전 중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학도호국단장과 전국학련 대전지구 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조국수호의 일념으로 대전 지역의 학도호국단 간부들과 더불어 전국 최초로 학도의용군을 편성하여 국방부에 혈서로 자원입대를 요청해 승인을 받아 대구에 있던 육군 제25연대에 입영하였다. 겨우 10여 일 간의 훈련을 받은 전국의 어린 학생군인들이 군번도 없이 포항지구전투에 투입되어 교전 중  1,394명이 장열하게 이곳에서 전사하였다. 생존자는 국군주력부대와 함께 인천 상륙작전  후 38도선을 넘어 압록강 부근까지 북진했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쓰라린 1.4후퇴를 당하였다. 1951년 봄에 수도 재탈환 수복 후, 최극이 뜻한 바 있어 육군종합학교에 입학해 단기교육을 필한 다음 육군 포병소위로 임관한 것이 그 해 4월 이었다고 한다. 그는 신임장교로서 처음 받은 보직이 제110포대의 제2소대장이었다. 휴전 시까지 3년간 중동부 전선의 주요전투에 참가하여 부상을 당하고 수십 번의 사선을 넘나들며 큰 전공을 새운 바 있으나, 무공훈장 하나도 타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의무복무연한을 마치고 대위 계급으로 휴전 후 제대하여 바로 대학에 진학하였다.
 그 후 정치에 관심이 있어 야당국회의원 후보로 5번이나 출마했으나 번번히 차점 낙선의 고배를 마신 선거전의 백전노장이기도 하다. 그는 무엇보다도 전쟁 중 백성학을 만난 것을 삶의 가치와 보람이라 여기고  80이 지난 지금도 “이타주의(利他主義)”정신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최근 나온 슈페탄 크라인 박사가 쓴 “미래는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는 저서에 인간은 유일한 이타주의적 동물이라 남을 위해 베풀고 나눌 때 오피오이드란 물질이 뇌에서 생성분비되어 만족감과 유쾌감을 조성함으로서 장수의 비결이 된다는 이론을 내 놓았다. 우리 사회엔 허다한 병역면탈 공직자가 있는가 하면, 자원입대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름도 빛도 없이 목숨 바쳐 적과 싸우다 희생된 학도병이나 소년병도 많다. 전자는 역적이고 후자는 진정한 이타주의자들이다. 최극, 백성학, 비티 이분들 모두 수범적인 이타주의자임에 틀림없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이 나라의 극단적인 이기주의풍조를 배격하고 공직자의 노브리스 오브리주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애국 및 안보지향적 국민 의식개혁이 절실하다. 이하에서 최극씨의 충의비에 쓴 글의 참뜻을 재음미 반추해본다.

  육군제 110포대  충의비
우리 여기 강원도 홍천 땅 연봉리 산기슭 옛 전쟁터에 전우들의 정성을 모아 조그마한 돌비석 하나를 세운다.
서른 일곱해 전 조국이 공산 침략에 의해 황폐화되고 있을 때 젊고 젊은 나이에 총을 들고 이 산 저 계곡에서 나라를 위한 충성을 불태웠다.
아 !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해마다 봄이 오면 진달래 붉게 물들이지만 빗발치는 적탄에 산화된 그 전우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살아남은 몇 전우들은 먼저 가버린 전우들의 애국심을 길이 간직하고자 여기에 충의비를 세운다.
가신 전우들이 피로서 되찾은 이 땅에 해와 달과 별이 되어 영원히 살지어다.

1987년 6월 25일

세운이들 : 최극, 백성학, 이태하, 박홍수, 양광옥,
          이원하, 조덕래, 박소영, 장은철, 최의섭
          강완기, 장지봉
글  : 최극 당시 소대장   
글씨 : 청암 정덕현